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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소아 다리 절뚝거림, 희귀암 진단 받기까지

by 베랍 2024. 2. 26.

다리 절뚝이는 아이, 가볍게 보지 마시고 큰 병원 가서 검사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는 절뚝거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시일이 많이 지난 후 대학병원에 갔고 결국 희귀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두 돌이 막 지난 시점에 처음으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어느날 열이 조금 났는데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더라구요. 다음날은 열이 내려가면서 다시 정상적으로 걸었고, 그 다음날 다시 열이 나면서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다리와 고관절 엑스레이 및 초음파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상인데 열 때문에 좀 불편한가보다 하고 며칠 더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계속 주기적으로 열이 나고 다리 절뚝거림이 발생해서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다리 절뚝임으로 진행한 검사

1. 엑스레이 고관절 촬영

가장 먼저 한 검사는 엑스레이였습니다. 엑스레이로 골반, 고관절, 허벅지를 촬영했습니다. 저는 불과 1~2주 전에 동네 정형외과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사진을 보고는 골반뼈와 허벅지 위쪽 뼈에 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시며, 급성 골수염이 의심된다며 입원 후 바로 MRI 찍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입원 대기하면서 골수염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 항생제 주사만으로 치료가 가능한데 좀 진행된 후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소아의 경우 발병 위치에 따라 성장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저희에게 다가온 일들에 비하면 그 걱정은 참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2. 골반 및 고관절 MRI 촬영

입원 후 MRI 촬영을 했습니다. 소아였기 때문에 수면 유도제를 사용하여 재운 후에 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조영제도 사용하게 되어서 아기 몸에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진단이 먼저니까 동의서 작성을 하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MRI 검사실 안에서 수면유도제를 주사로 맞았고, 1차로 잠들지 않아서 두 번의 추가 주사 후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기가 잠을 잘 안 자려는 아기다 보니까 더 많은 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MRI 검사 도중 한 번 깨서 추가로 수면 유도제 주사를 한 번 더 사용했습니다.

 

MRI 검사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검사 끝나고 아이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있어서 침대 째로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간호사분께서 결과가 곧 나올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MRI 검사하고 약 2시간 후에 의사분께서 오셔서 MRI 가판독이 나왔는데 하실 말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따라가서 모니터 보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아기 골반에 하얗게 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종양인지 단순 염증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종양일 경우를 대비해서 전이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과 복부 CT 또한 촬영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소리 들으면서부터는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우리 아기가 암에 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검사 결과로 마주하게 되니까 확 무서웠습니다.

 

3. 가슴 및 복부 CT

MRI 검사 후 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CT 촬영을 했습니다. CT 촬영 역시 수면유도제와 조영제를 사용했습니다. 단시간에 수면 유도제와 조영제를 여러 번 쓰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종양일 경우가 더 큰 일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검사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CT 촬영은 10~15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30분 정도 후에 아기가 깨어났습니다. 약기운에 취해서 헛소리하는 아이를 보니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CT 촬영 판독 결과는 보통 일주일 정도 잡는다고 했는데, 저희는 응급이라 며칠 더 당겨진다고 하셨습니다.

 

4. 조직검사

CT 촬영 8시간 후 조직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재운 다음에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1박 2일 동안 총 세 번의 수면유도제 투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에게 몇 번 여쭤봤는데 부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아이 체중에 맞춰서 여러번 맞을 수 있는 분량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조직검사는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조직검사가 끝나고 그 부분에 모래주머니를 붙이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약 4~6시간동안 모래주머니를 압박해서 지혈을 시켜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예 어린 아기거나 말이 통하는 큰 아이라면 가능했을텐데 두 돌이 막 지난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혈을 위해 누르고 있으면 아프다고 계속 소리지르고 움직이고 피했습니다. 다인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 눈치도 보이고 계속 누르고 있기도 힘들어서 지혈을 하다 말다 했습니다. 모래주머니를 붙여놨으니 그래도 조금 지혈은 되겠지 싶었습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보통 3주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CT와 마찬가지로 응급으로 들어가서 1~2주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조직검사라는 것이 특정 질병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가 예상하는 병이 맞으면 빨리 나오고, 아니라면 오래 걸리고 그런 것 같더라구요.

 

5. PET-CT, 골스캔 검사

이 두 가지 검사는 악성 종양일 때 필수로 하는 것 같더라구요. PET-CT 검사는 종양이 전이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촬영을 하고, 골스캔 검사는 뼈에 얼마나 많이 침투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PET-CT 검사를 하기 한 시간 전에 당 주사를 맞았습니다. 이 주사를 맞으면 종양이 있는 부분이 하얗게 표시가 된다고 합니다. 주사를 맞고 한 시간 동안 안정을 취한 다음에 수면 유도제를 맞고 촬영을 했습니다. 전신을 모두 촬영을 했고 촬영 시간은 약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뼈 스캔 검사는 PET-CT 찍은 다음날 했는데요, 이때는 수면유도제만 맞고 다른 조영제 같은 건 맞지 않았습니다. 뼈 스캔 하는 데에도 20분 정도 걸렸고, 판독하는 데에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6. 전신 MRI 촬영

전신 MRI 촬영 역시 종양이 전이된 곳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습니다. 솔직히 비 의료인 입장에서 PET-CT, 골스캔 등 전신을 찍는 검사를 몇번이나 했는데 또 MRI를 찍는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CT에서 보이는 부분이 있고 MRI에서 보이는 부분이 있고, 각자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다 찍어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전신 MRI도 아기를 재우고 찍어야 했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사용했습니다. 약 일주일 입원해 있으면서 수면유도제를 7~8번 사용하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그리고 안 자려고 하기 때문에 약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꼭 두 세번을 투약해야 잠이 들었습니다. 

 

전신 MRI 촬영을 끝으로 종양을 찾기 위한 검사는 끝이 났습니다.

 

검사 결과

검사 결과 골반에 원발성 종양이 발견되었고, 요추에 종양이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명이 났습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상 판독 및 피검사 결과를 가지고 봤을 때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LCH)'이 의심된다고 가진단이 나왔고, 조직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LCH라고 확정되었습니다.

 

뼈에 생기는 암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완치율이 높고 치료하기 쉬운 암이라고 하더라구요. 악성과 양성 사이의 경계성 암이라고 하고,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애매한 위치의 암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의사 말로는 암은 암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며, 종양이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이가 되었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료진 말로는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이 뼈에 생길 경우, 뼈를 파먹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골반이랑 요추에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하고,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이 다 죽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 뼈가 자라면서 채워질 거라고 하더라구요.

 

적극적 치료는 6~8개월 정도 걸리고 그 이후에는 추적 관찰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재발율이 10~20% 정도 될 정도로 잦기도 하고 2~3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하더라구요.

 


 

처음 골반염에서 시작해서, 악성 암이나 혈액암 처럼 심각한 병의 가능성이 있어서 마음 졸이다가 최종적으로 LCH라고 하는 희귀암으로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병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항암치료는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관리 잘 하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아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있을 때,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혹시 모르니까 꼭 큰 병원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희도 동네 병원에서는 아무 발견 못했던 걸 대학병원 가서 운 좋게 발견해서 늦지 않게 치료하게 되었거든요. 아무 이상 없으면 다행이지만 저희처럼 희귀암 같은 거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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