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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항암치료 2주차 후기

by 베랍 2024. 3. 21.

두돌 아기가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2주차가 되었습니다. 빈블라스틴 주사제를 2회 째 투여하고 1주일간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1주차 후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항암치료 1차 후기

 

2회차 항암 주사 투여를 위한 외래 방문

저희 아이는 비교적 약한 항암 치료를 받기 때문에 외래로만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래 예약을 잡고 예약시간보다 두 시간 전에 와서 채혈 검사를 합니다.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채혈 검사

케모포트 삽입을 했기 때문에 거기서 채혈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간호사님께 들었는데 채혈 결과 항암 치료를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케모포트에 바로 주사를 연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팔꿈치 안쪽에서 채혈을 하는데 주사 바늘을 찌를 때 아이가 아파하고 울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대기실에서 5분간 지혈을 하고 밖에 나가서 예약시간이 될 때까지 2시간동안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집에서 책과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읽어주고 가지고 노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아이가 좀 지루해 합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을 잘 보내서 외래를 보는데, 피검사 결과 컨디션도 괜찮고 호중구 수치도 좋아서 항암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요즘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도 많이 봐서 요붕증이 아닌가 싶어서 여쭤봤는데, 마시는 양도 그렇고 소변 양도 그렇고 좀 애매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주에는 소변검사도 하기로 했습니다.

 

외래 후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항암 주사

외래 진료가 끝나고 나와서 항암 주사실로 향했습니다. 항암 주사제가 도착하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또 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채혈, 2시간, 외래, 1시간, 항암 주사 이렇게 진행되다보니까 병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준비물을 챙겨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항암주사를 맞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습니다.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치료는 벨바스틴이라고 하는 빈블라스틴 성분의 주사제를 사용하는데, 수액으로 맞는게 아니라 그냥 주사로 쫙 밀어넣고 끝납니다.

 

벨바스틴 주사를 넣은 후, 식염수 주사를 두개 더 넣어서 항암제를 온몸에 더 잘 퍼지도록 밀어주고, 그 이후에 헤파린이라고 하는 항응고제 주사를 넣어서 케모포트가 막히는 걸 방지해줍니다. 빈블라스틴 넣고 바로 헤파린 넣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1~2분 만에 주사를 맞고 나면 병원에서의 모든 절차가 끝나고 집으로 귀가하게 됩니다.

 

1주일동안의 일상 생활 후기

두 번째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첫 번째 맞았을 때보다는 좀 더 익숙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컨디션 저하도 별로 오지 않았고, 스테로이드 약 때문에 기분이 널뛰는 걸 제외하면 일상 생활을 즐겁게 잘 해냈습니다.

 

가장 기특했던 건 약을 잘 챙겨먹는다는 거였습니다. 스테로이드 약인 소론도 정이 맛이 없어서 아기들은 막 토하고 안 먹으려고 한다던데, 저희 아이는 맛이 없다고 투정은 부리지만 먹는 건 잘 받아먹었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덜 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 동안에는 외출은 하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같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항암치료 중이기 때문에 사람 많을 때 외출하는 것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어린이집 등원

월요일부터는 그동안 쉬었던 어린이집에 다시 보냈습니다. 병원에서도 일상 생활 가능하다고 했고, 몇 가지 주의할 것들만 지키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주의사항을 알려드리고 아이를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못 봐주시겠다고 해도 이해하고 가정보육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잘 신경을 써주신다고 해서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가서 어색한 데다가 새학기와 맞물려서 선생님도 바뀌고 처음 보는 동생들도 오고 하니까 좀 불편해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 지나니까 원래 있던 친구들이랑 잘 놀면서 기분이 나아졌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테로이드로 인한 짜증과 불면증

항암 치료 중 가장 힘든 건 아이가 짜증을 엄청 심하게 낸다는 점입니다. 잘 놀다가도 자기가 원하는 걸 바로 들어주지 않으면 바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집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 말을 무조건 반대로 합니다. 지저분한 걸 만지려고 해서 '만지면 안돼'라고 말하면 '만져도 돼' 이런 식으로 대꾸하는데 속터집니다.

 

항암 치료로 인한 안쓰러운 마음을 상쇄시키는 빡침이 올라옵니다. 그래도 꾹꾹 참고 차분하게 타이르려고 하는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이게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건지, 그게 끝나도 이미 나빠진 성질은 변하지 않는건지 걱정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스테로이드 치료 끝나면 짜증은 덜 낸다고 하는데, 짜증 나는 상황에서 얘가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한데 그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밤에 자꾸 잠에서 깨서 엄마 아빠를 찾습니다. 그래서 저희까지 잠을 못자고 하루에 세네번씩 깹니다.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스테로이드가 원래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하더라구요. 스테로이드 약이 LCH 치료에는 효과적일지 모르겠는데 부작용이 너무 많아서 참 힘들게 합니다. 얼른 나아서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다행인건 컨디션은 아직까지 나쁘지 않고 날이 추운데도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패혈증 위험 때문에 열이 나면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와야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관리 잘 해서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날씨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 다음 글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항암치료 3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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